[종이책] 말하는 형태와 빛
말하는 형태와 빛
  • ISBN
    978-89-7059-942-7 (94540)
  • SET ISBN
    978-89-7059-937-3 (94540 ) 정보확인
  • 저자
    지은이: 김광현
  • 제본형식
    종이책 - 무선제본
  • 형태 및 본문언어
    239 p. / 한국어
  • 가격정보
    13,000원
  • 발행(예정)일
    2018.03.05
  • 납본여부
    납본완료
  • 발행처
    안그라픽스 - 홈페이지 바로가기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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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건축물도 형태로 존재하고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아주 어렵게 들립니다. 이 세상의 어떤 대상도 형태로 존재하고 형태로 나타납니다. 대상의 형태는 제각기 하는 역할이 있고 그에 따라 일정한 형상을 갖습니다. 음식은 담는 부분과 손을 잡는 부분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숟갈이 될 수 없고, 사람을 태우고 달리도록 바퀴와 뼈대, 핸들과 안장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자전거가 될 수 없습니다.

집에 있는 숟갈만 보아도 모양, 재질, 크기, 장식 등이 모두 다릅니다. 아이들마다 좋아하는 숟갈 모양을 찾는 것을 보면 형태는 취향과도 관계합니다. 숟갈은 젓갈과 요소의 관계가 다릅니다. 할아버지가 오래 쓰던 숟갈은 할아버지의 인생을 말해 주듯이 형태는 기억도 담습니다. 이것은 형태에는 기능, 크기, 요소의 관계, 유형, 취미, 기억 등이 관련된다는 뜻입니다.

숟갈 하나에도 이런 여러 생각이 있는데, 건축물은 당연히 형태와 관련하여 모양, 크기, 재질, 형식이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가 훨씬 더 복잡하고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바라보며 사용하는 건축이니 그 형태는 얼마나 다양하겠습니까? 또한 흔히 보는 사물과는 달리 건축물은 사람이 움직이며 지각하기 때문에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하며 나타난다는 고유한 성질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에서 형태를 그렇게까지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가벼이 여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는 그만큼 건축을 둘러싼 많은 생각이 형태와 결부하여 논의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축에서는 유형, 양식, 장식, 관습, 취미, 연상 등 의미를 표현하는 개념이 늘 형태와 관련하여 함께 나타납니다. 건축의 형태를 통하여 이런 사회적인 의미를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건축 형태는 언어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고전건축이나 고딕 건축을 중시하며 배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건축이 언어로 구성되었으며 언어처럼 의미를 전하고 무언가를 늘 표상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관계, 규칙, 형식, 유형이라는 개념과 함께 형태를 생각해 왔습니다.

건축을 하지 않는 사람은 많이 사용하는데 학교에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은 두 가지 형태 개념이 있습니다. 그것은 양식과 장식입니다. 양식은 구태의연한 과거의 산물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건축사는 여전히 양식에 근거하여 가르치고 있습니다. 장식은 없애 버려야 할 부수물로 여깁니다. 그러나 정작 장식의 문제이기도 한 디테일과 친근한 질감, 재료의 집합 방식을 말하며 설계하고 있습니다. 의도적이지 않아서 그렇지 설계에는 형태의 사고가 늘 개입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건축이론은 공간에 특권적인 의미를 두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방’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방’은 형태와 공간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만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평면은 방들의 사회”라는 한 루이스 칸의 말은 건축을 배우는 이들이 늘 생각해야 할 중요한 명제입니다. 중정을 가진 집들이 빼꼭히 모여 있는 마을이나 길을 따라 증식해 간 마을을 볼 때마다 평면은 방들의 사회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방의 패턴이며 형태의 패턴입니다. 그런 까닭에 무수한 건축물이 지속성을 가지고 지어졌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를 ‘구성’의 문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건축의 최종적인 재료는 빛입니다. 건축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은 구체적인 형태가 자연광에 비춰 그림자를 드리우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을 공간에 담는 것입니다. 건축은 ‘방’으로 시작하지만 ‘방’은 빛으로 완성됩니다. 이것은 건축만의 고유한 존재 방식이자 현상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건축과 빛의 관계는 일상에서 늘 주변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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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건축의 형태

    제2장 건축 형태의 의미

    제3장 평면은 방의 사회

    제4장 건축과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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