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
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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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마음에 쏙 드는 장면을 만났을 때 우린 재빨리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만일 풍경이든, 사람이든, 혹은 동물이든 그리고 싶어진다면? 아마도 상대를 알고 싶거나 말을 걸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린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담아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나는 반려묘 ‘루피’와 ‘마로’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드로잉을 하곤 했다. 그들은 눈과 귀, 꼬리의 생김새와 몸의 자세로 대화하기 때문에 녀석들을 유심히 관찰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드로잉이 여러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반려 동물 외에 마주하는 동물들을 드로잉하며 겉으로 보이는 형상이 전부가 아니라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 의미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드로잉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전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지금 시작하는 여행스케치』 모두 드로잉의 장점을 소개했지만 동물을 드로잉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드로잉을 하고 여행을 하는 것이 ‘나’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면 동물 드로잉은 내가 아닌 다른 대상의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해본다는 점이 그렇다.

동물 드로잉을 하다 보면 내가 동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보는 계기가 되며, 대상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더욱 추측이 간다. 사진보다 느린 행위로 관찰한 것들을 정돈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을 하면서 손으로 그림이나 도표를 함께 그리면 이해를 더 빨리 도울 수 있는 것처럼 드로잉은 나 자신을 이해시킬 수도 있고 다른 이들에게도 내 의도를 쉽게 전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이 책이 사회과학서나 학술서가 아니다 보니,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개와 고양이에 비중을 많이 두었지만 다른 동물들을 드로잉할 때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여름에 그린’ ‘가을에 그린’ ‘겨울에 그린’ ‘봄에 그린’이라는

네 개의 장으로 나뉜다. ‘여름에 그린’에서는 동물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생기 있는 모습을 드로잉해보았다.

‘가을에 그린’에서는 동물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다양하게 드로잉을 하는 방법도 본격적으로 다뤄보았다. ‘겨울에 그린’에서는 평소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동물 복지의 어두운 이면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봄에 그린’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네 가지 주제를 통해 다양한 각도로 동물을 생각하고 감상하며 드로잉 방법을 익힐 수 있게 구성했다.

창작을 위해서는 대상을 남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고심해야 하지만 이 과정이 압도적이면 동물에 대한 순수한 관찰과 소통이 두 번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보고 느끼고 마음에 새기며 그것을 끄적이는 최초의 과정, 즉 단순하고 순수하게 그리는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동물을 그리는 방법을 알게되기 보다는 ‘동물을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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