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건축을 꿈꾸다
건축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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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꿈꾸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틈만 나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건축물과 도시를 봐 왔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상에 놀라고 건축으로 표현된 그들의 꿈에 감동했다. 그래서 나는 건축가라는 삶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지금까지 만난 건축과 도시를 소개하고, 그곳에 어떤 꿈이 담겨 있는지, 또 지금 우리들의 생활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펼쳐 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건축 세계가 얼마나 크고 심오한지 들려주고 싶다.

이 책에서는 근대 이후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동안 지어진 건축과 도시의 사례를 많이 소개한다. 그것들은 20세기의 기술적·사회적 진보의 찬란한 성과가 아로새겨진, 이른바 시대가 그려 낸 꿈의 계보이다. 거기에 담긴,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와 씨름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지금도 우리 마음을 강렬하게 흔든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도시 문제나 환경 파괴와 같은 부정적 유산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과제까지 모두 보듬고 다음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상징 가운데 하나였던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됐다. 이 책의 4장에서 20세기 꿈의 실현이라고 소개했던 현대 도시가 테러를 당한 것이다. 테러는 수많은 존귀한 생명과 더불어 도시에 대한 기억마저 앗아갔다. 그것은 20세기를 구축해 온 가치관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였다. 이 사건은 서로 다른 문화의 대립, 즉 글로벌 스탠더드를 신봉하는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관과 이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이슬람 세계의 가치관이 충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온몸을 불사르는 저항이었다.

현재 많은 건축가들이 그라운드제로의 개발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다양한 제안들 또한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진혼과 미래로 나가기 위한 반성의 시간이 아닐까. 지구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사는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하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책임이 참으로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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