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건축이라는 가능성
건축이라는 가능성
  • ISBN
    978-89-7059-938-0 (94540)
  • SET ISBN
    978-89-7059-937-3 (94540 ) 정보확인
  • 저자
    지은이: 김광현
  • 제본형식
    종이책 - 무선제본
  • 형태 및 본문언어
    222 p. / 135*210 / 한국어
  • 가격정보
    13,000원
  • 발행(예정)일
    2018.03.05
  • 납본여부
    납본완료
  • 발행처
    안그라픽스 - 홈페이지 바로가기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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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건축을 세운다”는 제목은 성립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건축은 세우는 것이 아니며 세우는 것은 건물이 아닙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구분이 안 된다면 건축과 건물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건축은 짓지 않습니다. 짓는 건축은 건물입니다. 집을 세운다고는 말해도 다리를 세운다고는 하지 않듯이, ‘세운다’는 말은 의미 깊은 말입니다. 바로 여기에 건축의 본질이 있습니다. 이를 소홀히 여기면 좋은 건축을 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건축을 배우면서 본질이니 근거니 하는 말을 은근히 많이 듣습니다. 건축에서 본질이 무엇이기에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까요? 바로 건축은 어떤 한 개인이 아니라 크고 작은 사람들의 집단이 공동으로 희망을 유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의 작은 건물일지라도 그 지역의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집니다. 그러므로 그 건물은 공동의 목적, 공동의 공간, 공동의 감각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그렇기에 저 먼 옛날에 세웠던 스톤헨지는 오늘날 어린이집이나 주민센터를 짓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지어진 것이든 오늘에 지어진 것이든 우리 지역에 세워지는 집이든 저 멀리 다른 문화권에서 지어진 집이든 관계없이 건축물이란 이렇게 공동의 목적으로 공간을 만들어 공동체에 질서를 줍니다. 이런 생각을 깊이 터득하는 것이 건축을 공부하는 이유이고 설계의 시작이 됩니다. 건축에 본질과 근거가 있다 함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며, 건축에서 이보다 더 근본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건축은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물질과 구조로 건축물이 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건축가와 시공사가 떠난 뒤에도 계속 사용됩니다. 그래서 건축물은 그것을 지은 사회로 넘겨집니다. 사회는 이런 건축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기대하고 사용하고 유지해야 하는가 책임과 권리를 갖게 됩니다. 건축가는 사라졌지만 제2,제3의 무수한 건축가들은 계속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건축물은 만들고 짓고 세우는 이들 개인의 창조적인 능력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건축물은 그 어떤 경우라도 시설로 기획되고 완성됩니다. 그러니 건축가가 건축물의 모든 과정을 다 다룬다고 잘못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과정 사이에 건축가는 일시 개입해 들어갈 뿐입니다. 여기서 ‘시설’이라는 개념이 아주 중요한데, 시설은 사회 제도에 따라 지어집니다. 제도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껄끄럽게 들려서 머릿속에 금방 들어오지 않겠지만, 모든 건축물은 바로 이 제도에 얽힌 산물이고 제도가 그런 공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건축에 사회적인 역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건축을 시설과 제도의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건축강의』 1권 『건축이라는 가능성』의 제1장은 건축을 생각하는 조건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제1장은 실은 건축하는 모든 이들의 제1장이 되어야 합니다. 바꾸어 말해 건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늘 앞세우고 반성하고 다시 고치고 확인해야 하는 제1장이 있다는 말입니다. 이를 두고 건축을 대하는 태도, 곧 ‘건축관’이라 부릅니다. 이것은 사전에 정해진 것이 아니며, 건축을 해가는 경험 속에서 수정되고 확인됩니다. 건축의장을 공부하는 최종적인 목적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아주 소중해서 부정할 수 없는 조건 몇 가지를 설명해두었습니다. 흔히 건축가라면 남과는 다른 멋진 집을 지으리라 생각하지만, 이것은 건축하는 올바른 조건이 되지 못합니다. 이것은 하수들이 하는 생각입니다. 먼 옛날 사람들은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적이 전혀 없는데도 어떻게 뛰어난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을 생각하는 조건이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을 늘 기억하십시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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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건축을 생각하는 조건

    제2장 근원을 아는 자의 기술

    제3장 건축과 공동성

    제4장 사람은 왜 시설을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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