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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도시이고 도시는 주택”이라고 합니다. 주택은 작은 도시이고 도시는 작은 주택이라는 말입니다. 어떻게 작은 주택이 큰 도시가 될 수 있고, 큰 도시가 작은 주택이 될 수 있다는 말일까요? 그러나 이것은 주택이 모여 도시가 된다는 뜻도 되고, 주택 안에는 도시적인 양상이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또 “신은 디테일 안에 있다”고도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무한한 신이 작은 세부 속에 있을 수 있다는 뜻일까요? 그러나 건축에서는 부분과 전체를 이렇게 생각하며 새로운 건축을 찾아갑니다.

부분과 전체라고 하니 무슨 철학적 문제를 무리하게 건축으로 연결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여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부분과 전체는 철학만이 생각하는 과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건축을 공부하면서 부분과 전체의 관계가 과연 어떤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부분이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가를 판단하여 이를 공간과 장소로 바꾸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입니다. 그러니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이와 같은 부분과 전체에 대한 사고를 충분히 알고, 이를 자신이 설계하는 건축물로 늘 번역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건축을 하며 가장 흥미로운 일은 ‘부분’에 대한 독특한 관심입니다. 다른 공학에서는 부분이 사물의 목적을 위해 기능하지만, 건축에서 ‘부분’은 작지만 그 안에는 고유한 성질이 있고, 아래에 속하지만 옆으로는 다른 부분을 만나고 위로는 더 큰 전체를 이루는 살아 있는 부분입니다. 부분이 살아 있으므로, 그것이 연결되는 질서도 느슨하고 틈이 있습니다. 또 주어진 전체가 아니라 전체를 만들며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건축에서는 건물의 요구 조건도, 물질도, 사람도, 방도, 복도도, 구조의 부재도, 심지어는 그렇게 해서 지어진 건물 자체도 모두 ‘부분’이 됩니다. 부분이 모여 디테일이 되고 구축도 되며 공동체를 이루고 도시를 이루고 됩니다. 이와 같이 건축에는 부분과 전체로 생각해야 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건축가의 독창적인 사고는 이처럼 부분에서 전체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다양하게 전개되는 바를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저 옛날 고전건축은 부분을 모아 전체를 만드는 이성적인 방법으로 비례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러나 이 비례는 오늘날에도 별로 유효하지는 못합니다. 부분과 전체에 대한 현대 사회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고, 이와 함께 건축도 다른 대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분과 전체가 오늘 어떤 관계를 요구하고 있는지, 또 그것을 건축으로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는지가 건축가의 흥미로운 과제가 됩니다.

부분이라도 아파트처럼 전체 속에 종속되는 부분도 있고, 산촌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부분도 있으며, 함께 있기는 하지만 서로 등등함을 주장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학교의 학생과 교회의 신자가 모이고 흩어지는 방식도 같을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모이고 흩어지는 지하철의 군중은 이것과 또 전혀 다른 부분과 전체의 향상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건축가란 언제 어떤 유형의 건물을 설계하게 될지도 모르니, 평소에 주관을 가지고 부분과 전체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계속 갖는 것만이 이런 과제에 좋은 답을 내는 길입니다.

이 책은 건축에서 부분과 전체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오래 전부터 내려 온 생각, 시간이 지나도 늘 언급되는 주장들, 부분과 전체를 둘러싼 현대적인 논점을 폭넓게 다루고자 했습니다. 그만큼 논리적인 이해가 요구됩니다. 그렇다보니 이 광범위한 내용을 한 번에 읽어 내려가기가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일상의 건물들을 보며 다양한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이 책과 함께 해석하고 판단하면서, 이에 대한 자신의 대안을 생각해낸다면, 그 또한 부분과 전체에 대한 아주 좋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