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보이지 않는 디자인
보이지 않는 디자인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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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삶을 아름답게 하는 디자인의 시대를 그리며



여기저기에서 디자인이 화두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문화가 중요하고, 부가가치 창출과 실현을 위한 전위대가 디자인이라고 한다. 우리 일상에서 디자인을 활성화하여 삶이 윤택해지고, 그로 인해 국제 경쟁력이 확보되어 마침내 문화국가, 문화 시민, 선진사회로 간다는 것이다. 발맞추어 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문화 프로그램과 디자인 관련 사업을 개발하고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국의 모든 도시와 지역에서 한류, 문화, 콘텐츠, 문화 상품, 공공 디자인의 융성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와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이야말로 정말 해피한 상황!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도 덩달아 몸값이 올라갈 거다?



디자인은 주로 ‘만드는’ 일, 즉 제품·기술·서비스를 소비자와 연결시켜 주는 관계로써 가치를 창출해 왔지만 이제는 무엇인가를 살려내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한다. 본래 디자인은 “더 낫게 할 수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간에 결국 ‘문제 해결 방안’이라는 명제를 따를 수밖에 없고 이래저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제 해결’로서 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근대 디자인의 문을 연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이념은 ‘인류를, 삶을 아름답게’ 하는 ‘만인을 위한 예술’이었다. 당시 기계를 아름답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디자이너들은 의자를, 옷을, 자동차를 그리고 온갖 상품을 아름답게 해왔다. 디자이너들의 노력에 힘입어 가방도 신발도 냉장고도 스마트폰도 아름다워졌지만, 그만큼 삶도 아름다워진 것일까?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디자인의 정신은 ‘만인을 위한’ 즉, 민주적인 의식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지금도 상당수의 디자인은 특정한 계층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손에 넣기에 비싼 것이 많다. 생활과 직결된 편안하고 소박하면서도 격조 높은 디자인에 디자이너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지금 현실에 비추어 월리엄 모리스의 이념은 아직 달성이 요원한 것 같다.



공연은 배우와 관객과 후원자에 의해 완성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다. 디자인도 디자이너와 사용자와 후원자가 함께 만든다. 디자인 사용자는 일상적으로 어떤 물건이나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디자이너보다 그 디자인의 완성에 더 크게 공헌한다. 집에서 또는 사무 공간에서 내게 필요한 의자나 가방 등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 이것이 중요한 디자인 행위이며 디자인의 일상성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구성원들의 디자인 활동이 곧 그 사회의 디자인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근대 일본의 미학자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는 “대단한 사람이 훌륭한 일을 하는 것보다 대단치 않은 사람이 훌륭한 일을 하는 쪽이 더 경탄할 일”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나는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 대단하지 않은 것을 지속하는 것 또한 경탄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하지 않다고 해서 품위 없거나 조악한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공간과 사물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조금씩 개선하고, 오랜 시간 손 때 묻히며 관리하는 것, 그것이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자 상식이 되어야 한다. 디자인이 진실로 ‘인류를, 삶을 아름답게’ 하고 ‘만인을 위한 예술’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 『보이지 않는 디자인』은 몇 년 전에 출간했던 『오래된 디자인』과 동일한 관점에서 쓴 글들을 모아 놓은 것들이다. 여기에 소개한 글은 디자인 이론도 아니고, 새로운 디자인 기술이나 경향도 아니다. 디자인의 시선으로 보고 느꼈던 개인적인 생각과 고민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부분 조금이라도 공감해 준다면 더없이 고마울 뿐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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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하며



    그대로 좋다

    슈퍼노멀

    섹시하지 않은 쓰레받기

    정직하거나 따뜻하거나

    평범함을 취하다



    이름을 남겨야

    메이드 인 코리아

    태극

    글자의 숲



    과거와 현재의 이중주

    블랙다이아몬드

    숭례문은 빛나야 하는가

    고등어 비린내

    백화점이 되고 싶은 박물관?



    포스트잇

    ‘신사용’이 어디있어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라는데

    삽질하고 있네

    5달러짜리 수입 가구

    이발소를 디자인하다



    소나무골 남쪽 채마 밭

    벽화 마을

    죽은 뒤의 집

    어린아이처럼 쓰는 법을 알았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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