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오늘을 채우는 드로잉 워크북
오늘을 채우는 드로잉 워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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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6년간 드로잉 강의를 진행하며 나름대로의 철칙이 있었습니다(16이란 숫자에 지은이의 구레나룻이 흰머리로 희끗거릴 거라는 편견은 버려주세요). 첫째는 힐링 또는 흥미 위주와 실력 향상을 연결 짓지 말자. 둘째는 긴 호흡으로 그림을 대할 수 있게 하자. 셋째는 독학을 유도하자. 드로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불편한 것들을 감수해야 하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은 막연하게 드로잉을 잘하고 싶어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마주하기를 꺼려 합니다. 예상했겠지만 불편한 진실이란 ‘기본기’를 말합니다. 그놈의 기본기.

저는 드로잉 강의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진행해왔습니다. 1. 진짜 드로잉, 2. 드로잉 맛보기, 3. 힐링 드로잉. 1번은 가장 오랫동안 진행해온 강의 유형이며, 2번은 상상마당에서 시도했던 자신을 찾는 과정에서 접하는 드로잉, 3번은 필요한 기법과 유행에 따른 취미 드로잉 강의였습니다. 굳이 유형을 나누면서까지 수업을 진행했던 이유는 제대로 된 드로잉을 해보려는 이에게 2번이나 3번과 같은 유형을 제시하면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가뿐하게 경험할 수 있는 3번을 원하는 이에게 1번이나 2번 유형의 수업을 진행하면 무척 부담스러워합니다. 유형에 맞지 않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마치 병원에서 눈이 아프다는 환자에게 영양제를 처방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환자는 의사의 말을 믿기 때문에 영양제를 처방받아도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복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눈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음에도.

누군가를 가르치며 배운다고 했던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한 명 한 명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결코 시도하기 어려운 일들이었고, 동시에 네게도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난 6년간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세 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 『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 에세이 형식의 기법서였지만 그 안에 중요한 그리기 노하우를 풍부하게 녹여내려 했습니다. 당장 그리고 싶게 설득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이는 곧 독학을 유도하기 위함이었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은 심호흡하고 시간을 내지 않고서는 드로잉을 시작할 수 없었고, 겨우 시작한 사람들은 당장 무엇을 그려야 할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시리즈로 동기부여가 된 독자들에게 연습장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떨까 하여 드로잉 워크북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첫째로 필요한 것이 동기부여라면, 그다음은 한발 내딛는 것이 두렵지 않게 손을 잡아주거나 등을 밀어주는 것 아닐까요. 이 세상에는 단단한 용기와 신속한 추진력을 가진 이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조금은 두렵고 망설여지는 것이 어쩌면 더 인간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그들에게 직접 다가가 손을 내밀어 당겨주려 합니다. 스스로 내딛는 한걸음이 아직 어렵다면 내 손을 붙잡고 힘껏 당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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