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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노멀에 내재된 부재 그리고 모순과 역설
후카사와 나오토深?直人와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이 제안하고 탐색해온
슈퍼노멀super normal 영역에는 두 가지의 흥미로운 개념적 요소가 있다. 슈퍼노멀이라고
분류한 제품들에 내재된 ‘부재’와 ‘모순’의 속성이 바로 그것이다.
부재: 슈퍼노멀 제품은 스타일, 정체성, 독창성, 탁월성 등을 지니지 않는다. 어떤 제품이
누가 봐도 특정 브랜드로 인식되거나 우수해 보인다면 이것은 슈퍼노멀이 아니다.
슈퍼노멀 제품의 우수성은 그것들이 지닌 특징들이 보이지 않도록 감추는 능력에 있다.
모순: 후카사와와 모리슨이 제안한 제품 영역에는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것은 슈퍼노멀이라는 용어가 슈퍼super(최고)와 노멀normal(평범)을 대치시키는 모순적
어법인지, 아니면 평범함의 정도가 최고치에 도달한 평범함의 극치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하지만 그들이 선별한 제품들은 사실상 모두 모순적이면서도 최상의 것들이다.
평범함의 한계를 넘어서는 동시에 평범한 것이 최상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즉 상반되는 것들은
서로 통한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이 제품들은 모든 성질을 평범함으로 응축하여 만들어져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슈퍼노멀 제품은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특별한’ 것이 되며, 또한
이것은 극도로 특별해서 평범해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후카사와와 모리슨의
관점에서 이 제품들을 발견하고 선별하기 전까지는 특별해 보이지도 않고 또 특별해
보일 수도 없다. 그리고 발견되는 순간 ‘슈퍼노멀’한 제품은 자신들의 유전자 코드에 깊이
내재된 역설적 속성을 드러낸다. 즉, 슈퍼노멀하다고 인지되고 분류되어 전시되는 순간,
슈퍼노멀은 스스로를 초월하게 된다.
실바나 아니키아리코silvana annicchiarico
디자인 큐레이터
밀라노트리엔날레la triennale di mil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