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국의 한 평범한 조선족 공민으로 목단강 조선족도서관에서 26년을 하루처럼 일해 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이십여 년 전 중국에서 인기를 끌던 <노예에서 장군으로>라는 영화 제목처럼, 전 이 말을 명언 삼아 도서관을 제 분신처럼 여겼던 것 같습니다.

신참내기 애송이 관원에서 시작하여 대출실, 열람실, 편목실, 심지어 부기원 사업까지 맡아 하다 지금은 관장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란 사람은 마치 이 목단강 조선족도서관을 위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나 하는 엉뚱한 자문도 해보곤 합니다.

1980년 1월, 당시 중국에서는 대학교 졸업자들이 출신 지역에서 일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국 조선민족의 최고학부인 연변대학 조선어문 본과를 졸업하고 바로 고향인 목단강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조선족도서관이 설립되어 인원 모집 중이라 두말없이 도서관에 비준받아 개관 첫날부터 다섯 명이 도서관과 인연을 맺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조선민족 집거구도 아니고 산재지구인 목단강시에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조선족도서관(연변에도 연변주, 연길시 도서관만 있을 뿐)에서 일해온 26년을 돌이켜보면, 도서관 일도 중요하지만 조선민족의 후손으로서 날마다 우리 민족을 위해 단 얼마간이라도 자신이 공헌했다는 점에서 가슴 뿌듯합니다. 또 목단강시 조선족도서관의 어제와 오늘은 바로 내 발자취가 역력히 남은 자리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도서관 건립 초기, 도서관 문 앞에 “목단강시 조선족도서관”이라는 간판은 걸었지만 관사①가 따로 없이 원 목단강시 조선족예술관의 1층을 잠시 빌렸고, 문헌 자료도 조선족예술관에서 넘겨 받은 200여 권밖에 안 되는 소설책과 흑룡강 조선신문 한 부가 고작이었습니다. 게다가 재, 먼지 훨훨 날리는 석탄 난롯불을 지피며 며칠이 멀다 하고 여성들이 연통을 거꾸로 털어야만 하는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습니다.

그렇지만 당의 민족 정책에 따라 세워진 도서관인 만큼 학생들과 시민들은 너나없이 기뻐하며 도서관을 이용하였습니다. 이에 감동한 우리 직원들도 마음을 합쳐 사업을 밀고 나갔습니다. 50평방 남짓한 종합 열람실에는 30여 개의 걸상이 놓여 있었는데 매일 자습하러 오는 학생들로 붐볐고 나중에는 더 많은 자습생 열람독자들이 자신들의 학습에 유리하도록 저녁 열람시간을 연장해줄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도서관에서는 다섯 명의 직원에(한 분은 장기 환자) 저까지 (아이 엄마 둘까지 돌아가며) 당번을 서며 저녁 8시 반까지 문을 열어 독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희 부서는 조, 한문② 대출실 관리 인원이었는데 대출실 면적이 겨우 10평방(한국식으로 계산하면 3.3평) 되나마나 하고 독자들에게 도서를 빌려주는 것도 우리 관리직원들이 독자들이 필요한 책을 서가에서 골라 창문 밖으로 한 권씩 주어야 했습니다. 더욱 어려운 점은 공간이 비좁아 서가 사이가 좁고 도서들이 낡아 제목조차 희미하여 잘 보이지 않아 엎드려 손전지를 비추어 가며 도서를 골라야 했습니다. 수없이 찾아드는 독자들을 맞이하자면 하루에 그 자그마한 방을 얼마나 돌고 도는지 저녁이면 다리가 다 퉁퉁 부을 정도였습니다.

1982년 이춘자(1987년 정년퇴직) 선생님이 관장직을 맡고 계실 때, 상부에 적극적으로 신청하여 도서관 면적이 180평방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장서도 많이 보충되었고 이어서 본격적으로 사회에 유익한 독자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였습니다.

그때 사회에서는 일어를 배우는 풍조가 있어서 도서관에서는 리은우(1997년 작고) 선생님을 모시고 해마다 한 차례씩 기초 일어와 회화 학습반을 꾸려 많은 일어 일꾼을 배양해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 소학생 작문경색③, 이야기대회, 그림 보고 글짓기, 지력경색③ 등 일련의 민족 교육사업 발전에 유익한 독자 활동도 많이 조직하고 상품과 증서를 발급하여 교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밖에 당시 저희를 포함한 세 명의 대학본과 어문 졸업생이 도서관에서 일하며 흑룡강성 작가협회 조선족작가창작위원회 회원에 가입하여 전시 조선족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선민간 이야기 수집활동을 벌인 후 문련을 정리하여 《삼돌이와 호랑이》라는 민간 이야기집을 출판하였습니다.

이렇게 앞뒤를 헤아릴 사이 없이, 우리 도서관은 1984년 “목단강시소년아동사업 선진 단위”④로 명명되었으며 연말에는 목단강지구 “문화계통문명단위”로, 서안구 “위생모범단위”로, 1985년에는 문화계통 “우수당지부”, “시급문명단위”로 평의되었고, 1986년에는 “시급 문명 표병”, “성급위생모범단위”로 비준되었습니다.④

1989년 12월에 국가 문화부와 지방 문화국, 그리고 민족 사무위원회가 공동으로 노력하여 도서관이 확장되어 바로 현재의 관사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면적 1000평방미터, 장서 조, 한문을 포함해 5만여 권에 달합니다. 이어서 1994년에 상부의 결정에 따라 도서관업무 관장으로 명명되고, 사업을 전개하였는데 관사가 확대되고 장서도 늘어남에 따라 업무 관장이 수행하는 임무도 많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직원대회에서 도서관이란 많은 독자들이 발길을 돌려 이용해야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에 갖은 수단으로 독자들의 인기를 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각 부서마다 자기들의 특장을 발휘하여 독자들에게 유익한 활동을 여러 가지로 활발히 전개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100여 평 넘는 종합열람실에 80여 종의 한문 간행물과 20여 종의 조선문 간행물을 비치하고 조선족, 한족 독자들 할 것 없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해마다 독자들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독자 의견 정취 좌담회”를 조직하여 열람실 간행물의 질과 양을 높였습니다.

2003년에는 제일 관장직을 맡으면서 시 정부에 반드시 전자열람실을 꾸려야 한다고 신청하여, 많은 조선족 학생들이 한국이나 연해 지구로 나가신 부모님들과 자유로이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선문과 한어문 대출실의 독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여 현재 무려 2000여 명이 넘으며 전국 각지에 우리 도서관의 우수 독자들이 있습니다. 그중 이미 북경대학, 청화대학, 북경 정법대학, 상해 복단대학 등 명문대학생이 된 독자도 있어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나와 도서관’이란 경험담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해마다 ‘6. 1’ 국제 아동절을 기념하여 조선족 어린이 기류시합을 열어 어린이들의 과외생활을 다채롭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인근의 한족학교인 홰불 소학교와 서로 손잡고 공동으로 학교를 꾸리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하여 학생들에게 특이한 학습 장소도 마련해주고 기류시합도 함께 열어 민족 간의 두터운 정을 돈독히 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02년에는 조선족 소학생을 대상으로 ‘한중수교 10주년’을 기념하는 활동을 벌였습니다. 한국이나 연해 도시로 간 부모, 형제, 친척들께 편지 글을 써서 학교와 학부형들의 절찬을 받았으며, 학생들이 직접 조선말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방송에 참여하여 많은 청중들의 호평도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줄곧 흑룡강성 신문사 특약기자로 활동하면서 목단강시 조선족 차세대 사업 위원회 상무 부주임직을 맡아 무릇 민족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면 선뜻 조직하여 일정한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목단강시 조선족 차세대 사업은 주로 노인협회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노인들에게 차세대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조선민족 후대를 사랑의 손길로 키우는 것을 사업의 목표로 세우고 절차 있게 진행해 나갔습니다.

우선 중학교의 요구에 따라 40여 노인협회 분회 중 우수한 과외 보도원 열 명을 선발하여 목단강시 조선족 중학교 초중부 교원들과 함께 학생들의 도덕, 품성을 교양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과외보도원들은 학생들과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사춘기에 방황하는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분회에서는 노인들이 용돈을 한 푼 한 푼 모아서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공책과 연필을 사주는 활동도 전개했습니다. 또 제2분회(조장 박현희)에서는 목단강 고아원에서 첫 번째 대학생(박수미, 북경중앙민족대학)이 탄생한 것을 경축하여 4년 동안 인민폐 8천여 위안을 부쳐주었습니다. 또 이렇게 사업에 성과를 거둔 노인협회와 개별적인 보도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신문, 방송에 연속 원고를 내어 선전해주었고 몇몇 사례들은 텔레비전 방송과 연계하여 여러 차례 방영하였습니다. 몇 년 사이 원고를 써서 신문, 방송에 발표한 것이 무려 백여 편에 이르고 기타 중국조선민족 동포 한국 체험기(수기)와 수필을 20여 편 써서 대상, 은상, 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중국의 인구로 보면 조선민족은 쌀 한 톨 가운데 쌀눈밖에 안 되는 적은 수에 불과하지만, 우리 자신이 바로 조선민족의 일원이고 또한 밤낮으로 하는 일이 바로 후손들에게 조선민족의 얼을 심어주는 일이기에 늘 만족스럽고 기쁘기만 했습니다.

현재 저는 관장이지만 한가로이 사무실에 앉아 사무나 보는 관장이 아닙니다. 직원들과 같이 휴일이 따로 없이 해마다 320여 일 넘게 일하며 독자들을 접대하고, 여러 갈래 연줄로 한국의 우수한 도서관과 자매결연도 맺으며 도서도 지원받아 조선민족도서관이 조선민족의 문헌을 수집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조선민족 출판사의 조선문 출판 제한으로 손에 돈을 쥐고서도 조선문 도서를 살 수 없는 형편입니다. 하여 한중수교 후 이 방면에 대한 사업도 벌여 대한문화출판협회에서 조직한 ‘이국 만리 동포를 그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뜻과 정성이 담긴’ 책보내기 활동을 통해 천여 권, 그 밖에 연변 대학 과학기술학원과 한국 경기도 과천시 정보과학도서관에서 근 2천여 권, 그리고 지난해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 해외도서지원부에서 정기적으로 보내는 한국연구자료도 백여 권씩 받게 되는데 이를 인민폐로 환산하면 근 5만 위안에 달합니다.

이것이 지난날 목단강시 조선족도서관과 함께 26여 년을 하루처럼 분투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21세기에 들어선 바로 오늘날과 미래에 우리 조선족도서관이 이뤄야 할 과업은 무엇일까요? 그 발전 전망은 어디에 있는지요?

도서관의 현임 관장으로서 도서관의 미래를 꿈꾸고 이를 위해 목표를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해마다 320여 일 도서관 문을 열어 도서를 빌려주고 반환하고 그리고 몇 가지 독자활동만 조직하는 그런 간단한 사업 방식은⑤ 언녕 금지물로 되었습니다. 더욱이 신세기는 컴퓨터 시대고 정보화 시대인 만큼 컴퓨터를 떠나서는 한 발자국도 내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들 생각부터 새롭게 하고 빠른 시간 안에 도서관을 지구촌이라는 물결 속에서 단련시키고 더불어 도서관의 의미를 체현시켜 민족 특색이 농후한 도서관으로 자리를 굳혀야 합니다.

21세기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지식과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매체와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도서관 기능에도 변화가 요구됩니다. 이때까지 우리 목단강시 조선족도서관은 전국에 하나밖에 없고 그 자료나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외로운 처지’였지만, 21세기 인터넷 시대에는 모든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수집, 저장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자원을 검색하고 인간이 창조하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표현하고 물리적 장벽 없이 접근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자면 우리 목단강시 조선족도서관은 우리 관의 특징에 맞는 민족 특색이 있는 자료와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수집, 저장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 도서관을 선보여야 합니다. 그리하여 독자들이 목단강이라는 자그마한 도시에서 국내는 물론이고 한국, 미국, 영국 등 선진국가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리 목단강시 조선족도서관에서는 먼저 도서관 내의 모든 업무를 자동화로 처리해야 하며 관원마다 컴퓨터 운영의 기술자로, 독자들의 유일한 인도자로 나서야 합니다. 즉 관내에서는 도서관 관원들의 지식수준을 한층 높이고 사회에서는 컴퓨터 학원 같은 것을 꾸려 우리 조선족 시민들의 컴퓨터 지식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외 문화교류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야 합니다.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는 그 나라가 다른 나라와 맺고 있는 관계로 결정됩니다. 더욱이 우리 목단강시 조선족도서관의 형편은 이를 더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문헌자료 수집이나 정보시스템 운영을 막론하고 우리는 항상 ‘조선민족’이라는 특수한 사명을 완수하고자 노력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전통문화와 세세대대로 내려온 미풍양속을 후세에 전하고 이어 나가려면 반드시 한국과 문화교류를 활발히 전개하여 많은 도서관과 자매결연도 맺고 서로 왕래를 하면서 두 나라의 우의도 돈독히 해야 합니다.

그 밖에 한중수교 후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어를 배우자는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데, 도서관에서는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하여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단기 강습반을 조직하여 한국의 선진 기술과 우수한 문화 지식도 전수해야 합니다. 또 도서관의 우수한 독자를 조직하여 한국 견학을 다녀오게 하는 등 기념할 만한 활동도 잘 조직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 목단강시 조선족도서관은 비록 열 명 안팎의 작은 식솔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민족문화 지식을 전파하는 요람이자 평생 교육의 보금자리인 도서관의 신성한 임무를 철저히 완수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도서관은 머지않아 녹음이 우거진 넓은 공간에서 인터넷 도서관으로 부상할 것이며, 이를 기대하며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문자, 우리의 우수한 전통 문학이 중국의 넓고 넓은 대지 위에서 더 깊은 뿌리를 내리고 더 향기로운 꽃을 활짝 피우고 더 풍성한 열매를 맺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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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도서관 단독 건물, 관사()
② 조문은 조선문자 도서, 한문()은 중국어문이라는 뜻임
③ 작문 콩쿠르, 이야기 콩쿠르
④ 목단강시소년아동 사업 선진단위() 계통 문명단위(),
    시급문명단위 표병(). 중국에서는 한곳의 직장을 기준으로 하여 모범상을 많이 발급함.
⑤ '새로운 창의성 없이 낡은 방식으로 일하는 사고방식은 쓸모없어졌다'는 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