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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이 수집 완료한 문서군(Record Group)의 해제를 제공합니다.

RG 242 (노획 북한 문서, National Archives Collection of Foreign Records Seized, 1675 – 1983)
  • 등록일 2020-09-03
  • 조회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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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획 북한 문서

(RG 242 National Archives Collection of Foreign Records Seized, 1675 - 1983)


RG 242의 정확한 문서군 이름은 미 내셔널 아카이브의 노획 해외 문서 컬렉션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서 노획한 문서를 비롯해 타국에서 노획한(seized) 문서들만 모아 놓았다. 얼마 안 되는 양일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일본 오키나와 문서 컬렉션만 해도 일본 오키나와 아카이브가 10년 이상 문서 수집을 했는데도 일본 수집 담당자들은 수집 완료라는 말조차 입에 담지 않는다. 독일 문서의 경우 나치 관련 문서 대부분이 2차대전 승전국인 미국 내셔널 아카이브의 이 RG 242에 들어와 있다.

한국전 때 북한에서 노획한 문서가 들어 있는 곳이 바로 이 문서군이다. 아카이브의 이 북한 문서 컬렉션을 일컫는 명칭이 꽤 여럿이다. ‘북한 노획 문서라는 표현이 가장 많이 쓰이나 북한에서 노획한 문서라는 뜻보다 북한이 노획한 문서라는 말처럼 들린다. ‘노획 북한 문서라는 말이 오해의 여지가 훨씬 적다. 좀더 정확한 표현을 쓰자고 들자면 노획 북한 자료라는 말이 그 중 낫게 들린다. 컬렉션에는 흔히 다큐먼트(document)’를 뜻하는 문서말고도 단행본을 비롯해 개인 수기(手記), 사진첩, 잡지, 신문 등 문서라는 말로는 다 포함하기 힘든 형태의 자료들이 그득한 탓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수집한 노획 북한 자료는 매수로 51만 면이 넘는다. 여러 이유로 수집 못한 자료는 여전히 많다. , 종이 등 노끈으로 묶여져 있어 자료더미를 낱낱이 해체하지 않는 한 디지털 스캔이 불가능한 문서도 수두룩하고 아예 제본이 되어 있는 자료도 있다. 무엇보다 노획 북한 자료의 전체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이가 없다. 내셔널 아카이브의 아키비스트들조차도 북한 자료의 양을 섣불리 추정하길 꺼린다. 아직 비밀 해제 안 된 자료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답을 내놓는 이가 없다.

이 컬렉션에 들어 있는 대부분의 자료는 한국전쟁 때 미군이 북한을 일시 점령했을 당시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노획한 것들이다. 미군은 북한 점령지에서 문서 노획 또는 수집을 담당하는 부대를 별도로 운영했고, 노획한 자료는 도쿄의 극동군사령부로 보냈다. 극동군사령부는 노획 자료에 대한 1차 선별을 하면서 중요 문서들을 영문으로 번역했다. 영문 번역을 마친 자료 가운데 상당량의 한글 문서들은 도쿄에서 폐기되었다는 것이 아키비스트들의 증언이다. 극동군사령부는 노획 자료들을 미 워싱턴의 아카이브로 옮겼고 현재까지 내셔널 아카이브에 보관중이다.

아카이브의 북한 자료 컬렉션이 일반에 공개된 건 1977년이다. 공개 이후 한국인 이용자들은 물론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전세계의 한국 연구자들 사이에서 보물대접을 받고 있다. 북한이 폐쇄 사회의 범주에 계속 머물러 있는 한 비록 특정 시기의 자료들이긴 하지만 이 북한 자료 컬렉션의 가치는 쉽게 빛 바래지 않을 것이다.

노획 북한 자료는 자료의 형태를 기준으로 삼을 때 크게 다섯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공문서다. 최고인민회의 회의록을 비롯해, 비망록, 결정서, 명령 및 지령서, 조사표, 보고서, 토지대장, 인사철 등 북한 당국에서 작성된 문서들이다. 둘째는 사문서다. 개인 편지를 비롯한 개인 수기장, 개인 수첩, 개인 학습장 등인데 많은 자료가 파손되어 있거나 낡아 해독이 불가능할 정도다. 셋째는 정부 및 기관 간행물이다. <로동신문> 90여 종의 신문, <조선 여성> 320여 종의 잡지, 조선중앙통신의 통신문 등이다. 넷째는 단행본이다. 시집, 소설집, 희곡집 등 창작물 외에도 선전선동원 수첩, 정치상학 등 정치사상 학습 교재, 문헌집 등이 제본 상태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다섯째가 기타 자료들인데 영어 번역문인 Enemy Documents Captured, 삐라(전단지), 포스터, 빨치산 간행물 등이다.


글쓴이: 이흥환(KISON 편집위원)

글쓴이의 개인적 견해로, 국립중앙도서관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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