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로부터 지구 정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 아르헨티나. 말 그대로 머나먼 나라이기 때문인지 아르헨티나는 그 이름만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가 많은 나라여서인지 친숙한 이미지를 갖게 하는 나라입니다. 이처럼,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아르헨티나’ 하면 연상되는 단어는 축구일 것입니다. 브라질과 함께 남미 축구의 정수를 보여주는 축구 강국이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 축구에 리오넬 메시가 있다면, 이 나라의 문학계에는 보르헤스가 있습니다. 라틴 문학의 거장, 초현실주의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 엄청난 다독가 등으로 불리는 보르헤스는 문학인들에게 축구 선수 메시 이상의 존재입니다. 이러한 보르헤스가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 무려 18년간이나 관장으로 몸담았던 도서관이 바로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입니다. 이 도서관은 그 어느 도서관보다 이야깃거리가 많은 도서관입니다.

역사

도서관은 격동하던 아르헨티나의 역사와 깊게 맞물려 있는데, 도서관의 설립 자체가 아르헨티나의 독립운동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아르헨티나에서는 1810년 독립운동이 일어났습니다. 독립을 위해서는 사상과 지식의 보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그 해 9월에 도서관이 설립되었습니다. 도서관이 설립되고 6년이 흐른 뒤, 아르헨티나는 독립을 이루었으므로 도서관이 먼저 생기고 독립을 이루게 된 셈입니다. 이 도서관은 독립 이후로도 이 나라의 정치사와도 깊은 관계를 맺어왔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일화는 보르헤스와 한때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었던 에비타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그림 1. 국립도서관에 위치한 보르헤스 기념비
(출처 : flickr)

‘에비타’는 에바 페론의 애칭이었는데, 그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와 뮤지컬 등이 만들어질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습니다. 에비타는 아르헨티나의 한 시골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훗날에 배우와 성우로서 승승장구합니다. 그녀는 군부의 핵심 인사였던 후안 페론과 결혼하며 영부인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가난을 잊지 않고 영부인이 되어서도 소외계층과 여성의 인권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데 앞장섭니다. 이러한 정책과 호소력 짙은 연설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에비타는 소외 계층에게는 환호를 받았지만, 나라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민중의 인기를 얻고자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여 결국 국가의 재정을 파탄 냈다는 혹평을 받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페론의 대중주의성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던 자가 바로 보르헤스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공도서관의 사서로 재직하던 보르헤스는 페론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서직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약 10년 뒤 페론이 실각한 후 새 정권에 의해 보르헤스는 국립도서관장에 임명됩니다. 현재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은 아르헨티나의 수도가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되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공공도서관이 국립도서관으로 승격한 것입니다.

국립도서관 관장으로 재직한 지 1년 만에 보르헤스는 지병으로 인해 시력을 잃게 됩니다. 보르헤스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축복의 시(1958)’에서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다 합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낸 사람 중 시력을 잃은 사람이 보르헤스 외에도 호세 마르몰과 폴 그루삭이 있다고 합니다. 우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은 어둠과 세상의 밝혀주는 빛이 공존하는 도서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르헤스의 유명한 작품으로는 ‘거울, 미로, 백과사전’ 등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발휘된 특유의 상상력은 20세기 후반 사상에 큰 자극을 주었습니다. 특히, 그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움베르트 에코의 베스트셀러 소설 ‘장미의 이름(1980)’입니다. 중세의 한 수도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는 시각 장애인 사서가 등장하는데, 이 인물은 보르헤스를 두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에코는 실제로 보르헤스라는 인물과 작품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시인한 바 있으며, 보르헤스가 없었다면 ‘장미의 이름’도 없었을 것이라 한 인터뷰에서 언급했다고 합니다.

그림 2. 건설 중인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1986)
(출처 :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의 이야깃거리는 관장 자체의 일대기 외에도 현재의 도서관 부지에도 있습니다. 보르헤스가 관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도서관은 현재의 자리에 있지 않았습니다. 보르헤스는 1962년 도서관을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여 신축해 달라는 탄원서를 대통령에게 보내 허락을 얻어내면서 현재의 자리에 도서관 건물이 들어서게 된 것입니다. 헌데, 이 자리가 바로 페론 정권 시절 대통령 관저가 있던 땅으로, 보르헤스와 상극을 이루던 에비타가 영부인으로서 6년간 살던 곳이며, 사후에도 방부 처리된 시신으로 3년이나 있던 역사적인 현장입니다. 페론 정권 이후에 들어선 새 정권은 에비타의 전국민적 인기를 우려해 에비타가 머물렀던 대통령 관저를 밀어내고 공원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공원으로 있던 이 부지 위에 도서관 설립이 허가되기는 했지만, 에비타와 보르헤스가 얽힌 역사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도서관은 보르헤스가 도서관 신축 허가를 받아 낸 지 30년 만인 1992년에야 완공이 되었다고 합니다. 1986년에 생을 마감한 보르헤스는 안타깝게도 현재의 도서관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림 3. 국립도서관 앞 에바 페론 동상
(출처 : flickr)

시설 및 소장자료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허파라 불리는 팔레르모 공원 부근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명, 브루탈리즘(Brutalism)이라 불리는 양식으로 설계된 건물은 다소 거칠면서도 실용적 측면이 강조되어 보입니다. 건물의 주요 재료인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하여 딱딱하고 삭막한 이미지를 갖기도 하지만, 건물 상단부의 열람실의 창을 푸른색으로 전면 마감해 밝은 채광과 함께 세련된 아름다움을 더했습니다. 또한, 건물의 하부보다 상부의 부피가 큰 것은 도서관 부근의 팔레르모 공원에서 오는 안정감을 긴장감으로 바꾸는 시각적 체험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도서관 앞에는 도서관과 얽힌 역사적 이야기를 해주는 듯 에비타의 전신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 내부 한편에는 역대 도서관장으로서 보르헤스의 초상과 그가 사용하던 책상, 서가, 집필한 다량의 도서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같은 땅 위에 공존하고 있는 너무도 유명한 두 인물의 공존이 방문자로 하여금 도서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림 4.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전경
(출처 : 위키미디어)

보르헤스는 그의 나이 42세 때, 늙어서 눈이 보이지 않는 한 사서의 독백 형식으로 된 소설 ‘바벨의 도서관(1941)’을 집필했는데, 이후 도서관장을 지내며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되면서 이 소설은 결국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 되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2011년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여 세계 각지에서 기증받은 책 3만 권을 쌓아 ‘바벨탑’이라는 설치미술을 내놓아 갈채를 받기도 했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의 시설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그림 5. 3만 권의 책으로 만든 바벨탑
(출처 : 위키피디아)

• 본관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은 지하 3층, 지상 7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층별 공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1층 강당과 전시실, 2층 행정실, 3층 오디오 및 미디어 자료실, 사진 도서관, 4층 필사본 및 비공개 자료 열람실, 보존 서고, 5층 분야별 도서관, 자료신청대, 6층 참고문헌 자료실, talking room, 7층 기계실

• Fototeca(사진) 도서관

영상 자료들로 꾸며져 있는 Fototeca는 아르헨티나의 역사와 사진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사진 도서관입니다. 이곳에서는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들이 있으며 사진의 재료와 다양한 기술을 접해 볼 수도 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청사진, 입체 사진, 포스트와 유리 또는 탄성 필름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도서관의 사진은 온라인으로도 제공되고 있는데 디지털 사진 은행에서는 아르헨티나 역사의 중요한 사진을 볼 수도 있고 아르헨티나의 유명 사진작가들이 촬영한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중요 사건이나 인물의 사진을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사진 도서관에 소장된 Sala Benito Panunzi 컬렉션은 1880년부터 20세기 중반까지 3만장 이상의 사진으로 구성된 컬렉션으로 아세테이트, 유리 원화, 인화지등의 다양한 유형 및 기술로 촬영한 사진과 부에노스 아이레스 및 다른 도시들 풍경, 유적지, 궁전, 여러 기관 등의 사진 자료가 있습니다.

• Tesoro - Sala Paul Groussac(보물 도서관)

고문서와 18세, 19세기의 작품, 초기간행본 등을 소장하고 있는 'Tesoro - Sala Paul Groussac'(보물 도서관)은 44년이라는 기간 동안 도서관 발전에 기여한 폴 그루삭(Paul Groussac)을 기리기 위해 1932년 정부 법령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폴 그루삭은 18세에 프랑스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뒤 정착한 아르헨티나의 문인이자 문학평론가입니다. 그는 아르헨티나 문학의 중심인물이었으며 문학 저널 ‘서드 아메리카’의 이사직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금단의 열매’, ‘아르헨티나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폴 그루삭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의 관장을 역임하였으며 재임 중에 보르헤스처럼 시력을 상실했다고 합니다. 테소로(tesoro)는 스페인어로 ‘보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자료실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는 도서관의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는 학위논문과 신문 등의 자료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성화된 목록과 사전 및 참고도서 컬렉션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약 40명의 연구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마이크로필름 판독기 등이 비치 되어 있습니다.

• Libros(책) 도서관

- General Reading Room Juan B. Alberdi : 5층에 위치, 90만 점 이상의 일반 서적으로 구성된 자료실로, 8개의 이용자 단말기를 통해 온라인 목록에 접속하여 자료를 검색하거나 서지를 요청할 수 있음
- Talking Room : 5층에 위치, 중앙 열람실의 별관으로 안락한 의자와 큰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으며, 이곳에서는 그룹활동 가능
- Hector Yánover General Reference Hall : 6층에 위치, 상세한 자료 검색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를 위해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는 도서관 직원이 배치된 공간이며, 사전, 백과사전 및 기타 참고문헌 등이 있고, 후면에는 국립도서관에서 발간한 컬렉션이 비치되어 있음
- Free Access Reading Room Gregorio Weinberg : 개인이 소지한 자료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지만 국립도서관의 자료는 반입할 수 없는 공간

• Mapoteca - Manuel Selva Room(지도 도서관)

지도 도서관인 Mapoteca - Manuel Selva Room은 1600년 이후 세계 지도 12,000여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대형 지도를 연구할 수 있는 테이블과 돋보기, 장갑 등의 장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주요 온라인 서비스

• 온라인 카탈로그(CATÁLOGO DE AUTORIDADES)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의 온라인 목록으로서 표제, 저자, 주제 등의 조건으로 구분하여 검색이 가능합니다. 2007년부터 도서관 전산화 작업을 시작한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은 2010년 9월 전산 시트템을 구현하게 됩니다. 도서관 정책에 따라 디지털 자료에 대한 접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도서관 및 기관 자료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며 각종 필사본, 최초의 신문 등과 같은 자료들을 수집함으로써 점차 자료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림 6. 온라인 카탈로그
(출처 :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 도서관 디지털 컬렉션(COLECCIONES DIGITALES)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의 디지털 컬렉션으로, 도서, 초기간행본, 필사본, 신문 및 잡지, 사진, 지도, 악보, 오디오 등의 자료유형으로 분류하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림 7. 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출처 :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소식(Noticias)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의 소식을 제공합니다.

그림 8.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소식(Noticias)
(출처 :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 RODNA

BNMM의 RODNA (National Registry of Digital Objects)는 해당 국가의 도서관, 대학, 기록 보관소 및 기타 문서 센터의 디지털 자원을 집중시키고 상담을 위해 처분합니다. 방문자가 모든 참여 기관 중에서 이러한 자원에 대한 글로벌 검색을 수행 할 수있는 포털이되고 있습니다.

RODNA는 개체를 시각화하기 위해 사용자를 이러한 기관의 사이트로 리디렉션하기 때문에 관련된 저장소 및 라이브러리에 차례로 보급합니다.

그림 9. RODNA
(출처 :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자료 출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n.d).
http://www.bn.gov.ar/
두산백과. (n.d).
http://www.doopedia.co.kr/
위키백과. (n.d).
http://ko.wikipedia.org
[부부 건축가 임형남·노은주의 키워드로 읽는 건축과 사회] <65 > 도서관. (2013-03-12). 세계일보.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3/03/12/20130312003987.html
[독서일기](62)삶과 문학을 하나로 꿰맨 보르헤스 주간경향. (2008-05-20).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17557&pt=nv

유종필. (2012). 세계도서관기행. 서울: 웅진지식하우스
스튜어트 A.P. 머레이. (2012). 도서관의 탄생. 서울: 예경

이미지 출처

그림 1. flickr
https://www.flickr.com/photos/thisistravis/8154687906/
그림 2.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홈페이지
https://www.bn.gov.ar/biblioteca/acerca/patrimonio-arquitectonico
그림 3. flickr
https://www.flickr.com/photos/flissphil/5307278115/
그림 4. 위키미디어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iblioteca_Nacional_de_la_Rep%C3%BAblica_Argentina,_Buenos_Aires,_Argentina-21Feb2011.jpg
그림 5. 위키피디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orre_de_Babel_de_Libros.jpg
그림 6.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홈페이지
https://catalogo.bn.gov.ar/F/TEBBGBSAEMIJ9HGGVLTXG13HLP9SGP1IH6H6C2QGVXXG9IE57F-04322?func=find-b-0
그림 7.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홈페이지
https://catalogo.bn.gov.ar/F/?func=find-m#
그림 8.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홈페이지
https://www.bn.gov.ar/noticias
그림 9.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홈페이지
http://rodna.bn.gov.ar/jspui/community-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