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 서평  

 

체험적 독서치료

김정근 외. 학지사. 2007. ISBN 9788958915614. 20,000원 

  현대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바 ‘문명병’이라고 부르는 현대의 병들은 모두 복합적인 원인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러한 현대 문명병 가운데 당뇨나 혈압과 같은 육체적 질병이 아닌 마음이 상처를 입어 생기는 ‘마음병’들은 모두 인간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좋지 않은 경험 때문이다.

  많은 독서치료 가운데 우리가 ‘체험형’ 독서치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나쁜 경험이 만든 마음의 상처를 다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인 존 로크는 이른바 ‘백지설’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백지설을 비유하여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마음은 흰 종이와 같아서 좋은 경험을 한 사람은 좋은 그림을, 나쁜 경험을 한 사람은 나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다는 ‘마음 이론’이다. 이 이론은 우리가 갓난아이로 태어나 어른이 되기까지 접하는 수많은 경험의 중요성을 말해 주는 중요한 ‘마음 이론’ 가운데 하나다.

  경험과 관련한 동양의 ‘마음 이론’으로는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을 들 수 있다. 맹자 왈(曰), “인간은 처음부터 악하지도 않고”, 또 순자가 말한 것처럼 “선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로크가 맹자와 순자를 빌려 말한 것은, 인간의 마음은 하얀 도화지와 같아서 처음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처음부터 선한 사람도 처음부터 악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처음에 한 경험이 선한 경험인지 악한 경험인지에 따라 ― 처음에 어떤 그림을 그렸느냐에 따라 ― 어른이 되었을 때 마음 모습이 달라진다는 노자의 《도덕경》과 같은 일침(一針) ― 우문에 대한 현답 ― 이 나오는 것이다.

  독서치료에서 체험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갓난아이가 태어나 생애 최초로 겪는 체험의 중요성은 바로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어떤 인격을 형성하느냐 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로크가 우리에게 준 흰 종이와 연필, 지우개는 그림의 기초를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도구다. 다시 말해서 경험은 지웠다가 다시 그릴 수 있는 연필, 지우개와도 같다. 체험형 독서치료는 처음에 아무리 나쁜 그림을 그렸더라도 우리의 경험은 또 다른 지우개와 연필(체험적 독서에 따른 긍정적 치료 경험)로 처음의 흰 종이에 다시 예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에 독서를 치료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한 치료사는 누구인가?”라고 물을 수 있고, 그에 따른 해답은 “치료사는 책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38쪽). 이 체험적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 특징은 어떤 ‘상황’을 제시하는 것이고, 그 상황은 바로 ‘상처 부위’를 말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매체’다. 그것이 바로 ‘처방’이다. 그러니 체험적 독서는 상처 부위에 적합한 처방을 내리는 형식을 취한다(50쪽).

  필자는 “‘체험형’의 정착은 우리 사회에서 독서치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라고 결론 내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독서치료 공부는 ‘지식 공부’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체험이 중요하다. 마음으로 몸으로 익히는 것이 제일이다. 지식의 면에서 많이 안다고 하여 치유 체험이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관련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51쪽).” 더불어 체험적 독서치료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 사람들의 많은 선례를 찾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자영(출판기획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