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최근 도서관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발족되었고,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을 전면 개정한 도서관법(법률 제 8029호)이 공표되었으며, 국립중앙도서관의 국립디지털도서관(NDL : National Digital Library) 건립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이와 같은 도서관 정책 및 외적 변화와 함께 문화와 정보를 통합한 다양한 행사를 비롯해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내적 서비스에도 많은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변화의 바람이 거센 것은 아마도 도서관이 교육,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변화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 등 도서관을 둘러싼 정보 환경 및 이용자들의 변화를 감안해 현재의 도서관뿐만 아니라 미래의 도서관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결국 이용자의 변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도서관 역시 그 변화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둘러싼 정보 환경과 이용자의 변화는 도서관의 개념을 자료의 ‘소장’에서 ‘접근’으로, 도서관의 역할을 정보의 저장과 제공에서 정보와 정보 기술, 그리고 커뮤니티를 양산하는 문화공간의 제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도서관은 과거의 전통적인 텍스트 정보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정보 등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정보 자원을 바탕으로, 정보 제공에서부터 정보 재생산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변화 중에서 정보 서비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보면 협력형 디지털 참고서비스(CDRS : Collaborative Digital Reference Service), 정보 공유 공간(Information Commons), 그리고 학문별 혹은 이용자 유형별 주제전문사서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주제화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현상들의 공통점은 도서관 중심의 패러다임이 서비스와 이용자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사서의 역할 역시 이에 따라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서관에 나타나고 있는 이와 같은 변화를 중심으로 정보 서비스의 방향과 미래를 살펴보는 것은 도서관과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미래의 정보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 될 것이다.

 

1. 디지털 참고서비스의 제공

  1980년대 중반 미국의 대학도서관을 중심으로 시작된 디지털 참고서비스는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실시간 참고서비스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사서와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참고서비스의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전자우편, 전자게시판, 화상회의 시스템, 실시간 참고서비스 등의 디지털 참고서비스는 제공 방식의 적절성과 유용성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선호도, 도서관의 제공 여건 등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전제될 때, 서비스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또한, 협력형 디지털 참고서비스(CDRS)는 개별 도서관이 가진 자원의 공유와 협력을 통해 이용자에게 좀 더 수준 높은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개별 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정보 요구를 도서관 간의 협력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서비스하는 통합형 참고서비스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국내 도서관 상황에서 이용자들의 질문과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서비스의 도입을 위해서는 현재 제공되고 있는 참고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능력을 갖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즉, 다양한 참고 정보원의 제공과 함께 주제별로 전문화된 참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이 확보되었을 때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의 도입에 앞서 도서관 관련 단체 및 협회, 문헌정보학계, 그리고 도서관 현장의 협력과 노력을 통해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2. 정보 공유 공간(Information Commons)의 도입

  정보를 검색하고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생겨나면서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도서관은 자료 제공을 위한 서가와 열람 공간뿐 아니라 학습 및 연구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즉, 이용자에게 단순히 자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에의 편리한 접근과 더 나아가 정보의 재생산을 지원하는 공간 구성을 고려해야 한다.

  향후 도서관의 공간은 기존에 정보를 매개하는 기능에서 정보와 정보 기술, 그리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양산하는 문화적 역할까지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1990년대 초 미국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정보 공유 공간(Information Commons)은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정보와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 그리고 참고서비스와 정보 기술을 결합하여 이용자들의 연구와 학습을 한 장소에서 통합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도서관 이용의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는 국내 도서관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IT와 정보, 그리고 문화 기능을 통합한 정보 공유 공간(Information Commons)의 개념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접근의 용이성, 다양한 정보 기술의 지원과 함께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기존 참고서비스의 능력과 함께 IT를 기반으로 한 정보 기술 능력, 그리고 교육 제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정보 공유 공간(Information Commons)의 도입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확장이 아닌, 서비스 제공의 주체인 사서의 능력 개발과 역할 변화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한다.

 

3. 도서관의 주제화 및 주제전문사서의 양성

  정보 환경과 이용자의 정보 이용 행태 변화에 따른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는 참고서비스의 주제화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의 운영 패러다임이 논리성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도서관과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사서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서비스의 주제화가 바람직하다.

  즉, 공공도서관의 경우 어린이, 청소년, 노약자, 정보 소외 계층 등 다양한 이용자층을 고려한 이용자별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며, 대학도서관의 경우 학문의 다양성을 고려한 학문 주제별 서비스 제공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주제화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주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간의 확보와 함께 주제전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적 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은 공간과 장비, 저장 매체 등의 물리적 구성 요소, 소장 자료 및 자료 구성 체제의 결정 등의 지적 구성 요소, 그리고 이러한 물리적 구성 요소와 지적 구성 요소를 관리하고 이용자들의 정보 요구를 해결해 줄 인적 구성 요소로 구성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물리적 구성 요소와 지적 구성 요소가 갖추어 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용자와 적절하게 연결할 사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인 도서관 서비스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참고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은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검색, 분석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이용자가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 중재자, 정보 분석가로의 역할과 함께 전문가로서의 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전문 지식 및 정보 제공에 대한 이용자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전문적인 주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제별로 구성된 충분하고 적절한 정보, 그리고 서비스 제공을 담당할 주제전문사서가 필수적이다.

  도서관은 지금 다양한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이용자와 정보 환경을 도서관에 맞도록 변화시킬 수 없다면 결국 도서관과 사서가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도서관이 사회의 중요한 문화 기반 시설로서 미래형 문화를 수용하고 정보의 재창출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이  위해서는 도서관이 변화해야 한다. 즉, 도서관의 미래는 최근의 다양한 기술과 변화를 도서관에 도입하고 적용하려는 도서관인들의 자발적인 인식과 변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지식사회로의 급속한 이행이 진행됨에 따라 도서관은 지금보다 더 빠른 변화의 물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도서관은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사서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의 질적 증가가 동시에 수반될 때 진정한 ‘성장하는 유기체(A Library is a growing organism)’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정재영, ‘대학도서관의 정보공유공간(Information Commons) 적용 모형 연구’, 한국도서ㆍ정보학회지, 제38권 제3호(2007, 9), pp.201-221.
정재영, ‘주제전문사서 양성을 위한 협력모형 구축에 관한 연구’, 한국문헌정보학회지, 제41권 제1호(2007, 3), pp.391-409.

    글|정재영ㆍ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