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 서평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 규장각 보물로 살펴보는 조선시대 문화사

신병주. 책과함께, 2007. ISBN 9788991221284. 18,500원. 

  최근 한 방송국이 방영하고 있는 정조를 다룬 사극이 꽤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정조는 왕권을 강화하고 조선시대 문화의 꽃을 활짝 피운 통치자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는 바른 학문을 기반으로 한 정치개혁을 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 오늘날까지도 그 찬란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규장각’이라고 하는 일종의 왕실도서관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많은 자료들 가운데 소중한 자료들이 새롭게 발견되어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그 규장각에서 찾은 우리 선조들의 명품 기록물을 재조명하고 있다. 모두 7장으로 나누어 어필과 기록화, 어학 학습서나 기행문, 지도, 여러 실록들, 의궤, 백과사전류 등에 속한 다수의 책을 컬러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니 규장각 그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역사 속에서 각종 기록과 자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수집하고 보존하여 잘 활용하며, 후대로 전하기 위해 애쓴 선조들의 진지한 노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물론 예전에는 책 그 자체가 귀했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지만,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책과 자료를 소중히 대했던 그 마음은 지금에 있어 더욱 소중하다. 도서관은 바로 이 ‘법고창신’을 위해 ‘지금 이 시대와 사회’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이 무엇으로 어떻게 미래를 담아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도서관은 ‘잘 선별된’ 그러면서도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현재에서 미래로’ 사람의 삶을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장서를 잘 구축하고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도서관의 모습은 어떠한지 되돌아보면 풍요로움이 오히려 빈곤을 가중시키는 것처럼, 예전에 비하면 나아진 환경 속에서 도서관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정신은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랑가나탄의 5법칙은 ‘책’과 그 책을 이용하는 ‘사람’과 서비스 하는 사람의 ‘정신과 태도’에 관한 것인데, 그 핵심의 하나인 책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이해하고 대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책’보다는 ‘좌석’을 중시하고, 책을 사는 비용을 별 의식 없이 쉽게 삭감하고, 필요한 책을 사는 과정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도서관과 책의 가치를 무시하고 경영의 합리화라든가 경쟁력 강화라든가 등등의 이유를 들어 도서관에 내제된 ‘오래된 미래’를 쉽게 포기하고 당장의 이익이나 성과만을 목표로 살아간다면 그 사회는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도서관과 책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는 도서관 사람들부터 도서관의 장서 문제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자기 도서관에서 이 시대, 나아가 미래를 위해 소중한 명품들을 발견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해 주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서 도서관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자라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용훈 / 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