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 서평

 

로널드 B. 맥케이브 지음, 오지은 옮김. 이채, 2006, 264쪽. ISBN 89-88621-65-4, 13,000원

도서관은 진정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은 “도서관과 사서의 위기 극복을 위한 철학적 고민”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은 도서관 사서들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도서관과 사서가 맞이한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급변하고 있는 지금의 사회에서 앞으로 사서의 역할은 어떻게 규명되어야 하는가? 등등의 질문을 제기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자는 미국 도서관 역사를 분석한 후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교육을 제공한다는 전통적인 공공도서관의 임무를 재확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아가 미국의 공공도서관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운영자인 사서들이 ‘시민사서(civic librarianship)’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 공공도서관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우리에게 다양한 논쟁거리를 던지고 있는 이 책은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다. 근대 공공도서관이 우리 땅에 들어온 지 100년이 넘은 지금, 우리 도서관에 대해 제대로 된 논쟁을 벌일 만한 책 한 권 있었을까 싶다. 또한 공공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고사하고 도서관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풀어낸 책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도서관 사서들은 물론 도서관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라면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말,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공공도서관의 명칭이 무참히 바뀌거나 민간으로 위탁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도서관 관계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위기감을 느끼고 많은 고민과 대안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고민들의 결과물은 아직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으며, 공공도서관은 우리의 문화 영역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새로운 도서관 문화 창출에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늘 우리가 주목해온 미국의 공공도서관이 어떤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시민사서’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를 말하는가? 우리의 ‘사서’와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시민사서’는 지역사회에 속한 공공도서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인가? 그들이라면 과연 공공도서관을 이 시대의 진정한 동력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것일까? 왜 미국사회에서 이 같은 ‘시민사서’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일까? 이처럼 이 책은 미국 공공도서관 역사를 짚어가면서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의 새로운 공공도서관과 사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아직도 공공도서관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논쟁의 지점을 남긴다.

역자는 현재 공공도서관 일선 실무자다. 현장에서의 진지한 고민과 뜨거운 열정이 이 책을 번역하게 했다고 믿는다. 이 책을 계기로 우리의 도서관 문제에 대한 진심과 애정이 담긴 토론이 일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