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 이달의 책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추천한 이달의 책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전 국민 책읽기 운동의 일환으로 매달 10종씩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봉지

김인숙 / 문학사상사

봉지는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녀는 시골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고, 불량학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삼류 대학생이었고, 혼돈과 시위의 시대에 청춘을 보내야 했던 인물이다. 다시 말해 80년대라는 시대의 터널을 지나온, 일그러진 우리들 청춘의 대명사 같은 인물이다. 주위에 있는 인물들도 모두 봉지의 변주나 마찬가지다. 시골 깡패인 오빠, 철 없는 엄마인 영주, 허영심 많은 선미, 무뚝뚝한 가현 등이 모두 못난 젊음이란 점에서 비슷한 캐릭터다.

이들은 혼란의 시대를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일그러진 청춘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 그 모습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으로, 지난 세월을 기억나게 한다. 특히 그 당시 젊은 시절을 보낸 독자들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다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은 젊음의 본질적 속성인 혼란과 자학, 그리고 미망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다만 좌표 없는 청춘의 불안정한 삶의 세목에 치중하기보다 그 혼란의 시대적, 존재론적 원인을 깊이 있게 천착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 추천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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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 관한 10가지 이론

레슬리 스티븐슨 외 / 박중서 / 갈라파고스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은 이제 신의 피조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만하고 방자한 존재임이 드러났고, 이성적 동물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충동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많음이 자명해졌다. 오히려 인간은 미묘하고 복잡한 기계의 일종일지도 모른다는 심증이 더욱 굳어져가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혼란기 혹은 과도기일수록 우리에게는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측면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신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생물학에서 주요 논제들을 선택하여 이 분야의 대표적인 사상가들의 견해를 비교하고 검토함으로써 우리에게 입체적이고 구체적인 인간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제시해줌으로써 우리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암시해준다.

- 추천자 : 엄정식(서강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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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예술이다

보리스 카스텔 외 / 이철우 / 아카넷

우리는 흔히 과학이란 모든 게 정확해야만 하는 학문이며 과학자는 컴퓨터처럼 기계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책은 과학이 사실은 대단히 인간적이며 예술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과학은 일순간의 천재성에 의해 돌파구를 찾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경쟁과 대립, 그리고 논쟁과 합의와 배제 등의 사회적 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산물이다. 대학, 연구소, 학회, 연구비 지원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과학계의 사회성도 과학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책은 양자역학과 불확정성의 개념, 그리고 다윈의 자연선택론이 이론으로 정립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과학의 실재를 보여준다. 경험과 학문의 깊이를 겸비한 역자의 탄탄한 번역 덕분에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주제가 쉽게 읽힌다.

- 추천자 :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교수) / 최재천(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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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전화박스

도다 가즈요 글 / 다카스 가즈미 그림 /  햇살과나무꾼 / 크레용하우스

아기 여우를 잃은 엄마 여우의 모성애를 다룬 동화다. 아기 여우를 병으로 잃고 힘없이 걷던 엄마 여우는 길가 전화박스에서 한 남자아이를 발견한다. 그 아이는 멀리 떨어져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엄마 여우는 그 아이를 마치 자기 아이처럼 여긴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엄마 여우는 전화박스 근처에 와서 아이의 말에 일일이 답변하며 행복해한다.

어느 날 아이보다 먼저 전화박스 근처에 도착한 엄마 여우는 전화박스 불빛이 꺼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어떻게든 아이가 자기 엄마와 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고민하던 엄마 여우는 스스로 전화박스가 된다. 그것이 아이와 마지막 만남임을 알게 된 엄마 여우는 아이가 사랑하는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는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는 아이들에게 쉽게 동일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저학년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다.

- 추천자 : 김자연(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