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서관

 


글 | 박은봉ㆍ국립중앙도서관 사서사무관

 

영국의 킹크로스 기차역을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한두 권의 책을 옆에 끼고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걷는다. 여행가방을 메고 낯선 이방인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은 모자를 눌러쓰고 한가롭게 바람을 맞고 있다. 이런 영국의 운치 있는 기차역 풍경 한쪽을 장식하는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영국국립도서관인 세인트 판크라스이다.

영국박물관에는 돔 형태로 된 리딩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레닌, 카를 마르크스, 찰스 디킨스, 조지 버나드 쇼, 버지니아 울프와 같은 세계적인 명사들은 과거 이곳에서 책을 읽었다. 세인트 판크라스는 영국박물관의 도서관부를 비롯한 영국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는 여덟 개의 도서관을 합쳐 만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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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국립도서관의 형성

영국국립도서관(이하 BL)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BL은 1969년 고 데인턴(Dainton) 경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국가도서관위원회 보고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시작하여 1971년 영국에 하나의 국립도서관 설립을 추천한 백서로 이어졌으며, 1972년 영국국립도서관법이 제정되었다.

제정된 법에 따라 영국박물관 도서관부(the library departments of the British Museum, 1753년 설립, 이하 BMLD), 국립과학발명참고도서관(the National Library of Science and Invention, 1855 설립), 국립중앙도서관(the National Central Library, 1916년 설립), 국립과학기술자료대출도서관(the National Lending Library for Science and Technology, 1961년 설립)이 통합 운영되었다.

1974년에 영국국가서지(British National Bibliography)와 과학기술정보처(Office for Scientific and Technical Inforamation)가 합쳐졌으며 1982년에는 인도사무국도서관기록원(India Office Library and Records)이, 1983년에는 영국음향기록원(British Institute of Recorded Sound)이 합쳐졌다. 이같이 영국국립도서관은 런던에 있던 지식과 정보수집 제공 기능을 수행했던 여덟 개 도서관을 하나로 통합하여 만들어졌다.

지금도 영국박물관에는 돔 형태로 된 영국박물관 리딩룸이 보존되어 있으며, 1850년대 당시 관장이었던 안토니오 파니치(Sir Anthony Panizzi)의 구상으로 만들어진 이 리딩룸을 레닌, 카를 마르크스, 찰스 디킨스, 조지 버나드 쇼, 버지니아 울프와 같은 세계적인 명사들이 이용하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세인트 판크라스 영국국립도서관

1971년 제안된 BL의 전신인 여덟 개 도서관들은 모두 건물이 매우 협소하였으며, 이들 여덟 개 기관이 소장했던 장서를 모두 한 곳에 모으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BMLD의 수장고 부족문제는 1910년대부터 발생하였다.

그러나 1972년에 제정된 법에는 새로운 기관의 지리적인 위치와 장서의 집결을 해결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BMLD의 서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장하고 있던 영국의 지방 신문을 런던 북쪽 외곽지역 콜린데일(Colindale)에 신문저장고를 만들어 옮겼으며, 이것이 현재의 영국국립도서관인 신문도서관(BL Newspaper Library)이 되었다.

연속간행물 등 장서의 지속적인 증가로 수장고의 문제는 점점 심각해졌다. 임시방편으로 1960년대 초 울위치(Woolwich)에 서고로 사용할 건물을 임대하고, 1960년대에 BMLD의 확장을 고려하였으나 1967년에 포기하였다.

그 후 보스턴 스파(Boston Spa)에 문헌제공 센터를 두어 대출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서비스하면서, BMLD 근처에 새 건물을 건축하여 참고정보서비스, 연구지원, 서지업무를 수행하려 하였으나 런던의 역사와 문화적 중심지에 대규모 건축물의 건설을 반대하여 정부가 이를 단념하고 영국박물관 근처에 공터로 있던 세인트 판크라스(St. Pancras)를 후보지로 선정하였다.

세인트 판크라스의 BL 건물은 1977년 콜린 세인트 존이 설계하였다. 새로 건립되는 BL은 모든 런던 내에 있던 참고장서를 한 건물로 통합할 수 있으며, 향후 자료 증가에 대비할 수 있는 서고 공간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공사가 지체되고 건축 비용이 상승하여 집권당인 보수당은 당초 계획의 3분의 2에 대한 예산만 제공하였다. 그리하여 당초 설계했던 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1998년 개관하였다.

세인트 판크라스는 킹크로스 기차역 바로 옆에 있어 지식 탐구를 위한 연구자들이 접근하기에 매우 편리한 위치에 있다. 또 풍부한 장서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전문서비스와 공연ㆍ전시를 통한 지적 문화적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확고히 수행하고 있다.

 

운영

BL은 영국도서관위원회(British Library Board), 집행부(Executive Team), 영국국립도서관자문위원회(British Library Advisory Board)가 도서관 운영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영국도서관위원회는 BL을 레퍼런스, 연구, 서지 및 기타 정보서비스의 국가센터로 운영하기 위하여 영국국립도서관법에 따라 설립되었다. 도서관 경영 전략, 도서관 정책 개발, 업무수행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다. 열두 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년 6회의 회의를 개최하며, 개별 위원들은 BL의 기능 중 특정 부분을 맡고 있다.

BL의 집행부(Executive Team)는 도서관 운영에 대한 업무 집행 책임을 맡는다. 집행부로는 린 브린들리(Lynne Brindley) 관장 하에 6개국의 국장으로 구성된다. 여섯 개 국은 E-전략 및 정보시스템국(E-strategy and Information System), 재정 및 사업국(Finance & Corportate Services), 인력관리부(Human Resources), 운영 및 서비스국(Operations & Services), 마케팅전략 및 홍보국(Strategic Marketing & Communications), 연구지원 및 협력국(Scholarship & Cooperations)이 있다.

현재 BL에는 2,300명 이상의 직원이 세인트 판크라스, 보스턴 스파가 있는 BLDSC, 콜린데일에 있는 신문도서관 및 울위치와 미코버(Micawber)의 서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도서관의 이용자 요구를 충족시키고 법적 기능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돕는 영국국립도서관자문위원회가 주요 정책 및 전략에 대하여 자문한다.

 

장서

영국국립도서관 장서는 1753년 설립된 BMLD가 수집한 장서에서 시작하여 250년에 걸친 장서 수집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세계의 지식’을 수집한다는 신념으로 BL은 1억 5000만 이상의 자료를 수집하여 소장하고 있으며, 장서의 질, 규모, 수준에 있어 국가도서관의 기능과 역할 수행을 확고하게 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형태별 소장현황은 다음과 같다.

단행본 : 1300만 권
필사본 : 700만 점
지도 : 450만 점
특허 : 5600만 점
음향자료 : 350만 점
우표 : 800만 점
신문, 연속간행물, 마이크로필름 : 5800만 점

1962년 시작된 납본제도에 따라 영국출판물의 수집과 함께 매년 평균 약 600만 점의 장서가 증가하고 있다. 2003년 납본 대상을 웹사이트를 포함한 전자자료까지 확대하는 것을 법으로 제정하였다. 이로써 영국의 다른 납본도서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전자자료 납본을 위한 아키텍처를 개발하였고 시범사업을 통해 출판사 및 E-저널 관리에 대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

납본으로 수집되는 BL의 핵심자료 이외에 연구지원 수준의 자료를 매년 약 1600만 파운드(284억 8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인쇄 및 과학기술분야 전자자료를 구입하고 있다.

급격한 학술 유통 환경의 변화와 도서관 목록의 통합, 급격한 출판물의 증가와 다양한 매체의 정보생산과 같은 출판 및 유통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영국인의 현재와 미래의 연구에 필요한 자료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료 수집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영국국립도서관 콘텐츠 전략’ 수립을 위하여 이용자, 관계기관의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결과 분석을 통하여 향후 BL의 자료 구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비스

● 이용자 맞춤형 신간정보 및 문헌제공 서비스

모든 분야에서 발행되는 자료의 최신 정보 제공을 위하여 다양한 Current Awareness Service를 개발하여 제공한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학술저널 2만 종, 만 6000종의 국제회의 자료를 논문 제목 단위 색인DB를 구축ㆍ제공하여 검색, 주문, 원문제공 서비스를 단일 창에서 가능하도록 개발한 Inside, 이용자가 선택한 학술지의 TOC를 출판 전에 E-mail로 제공하고 원문을 이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이용자 맞춤형으로 개발된 Inside Alert, 영국의 고등교육 이상 및 국립건강서비스센터에 제공하는 BL의 전자 TOC와 Inside DB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는 Zetoc의 문헌정보에 대한 서비스가 있다.

특허와 관련해서는 세계 특허 활동에 대하여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특허 감시서비스인 Patents Currentscan이 있다. 복지와 관련하여 복지국가의 미래에 관한 출판물에 대한 정보를 구축하여 사회 정책 실무자 및 연구원에게 제공하는 Welfare Reform Digest가 있다. 이들 서비스는 BLDSC의 서비스와 연결하여 문헌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였다.

BLDSC는 1973년 인문 사회과학자료 대출을 위해 설립되었던 국립중앙도서관과 과학기술자료 대출도서관이었던 국립과학기술자료대출도서관이 보스턴 스파에 60에이커의 이전 군수공장에 통합되어 현재의 영국국립도서관문헌제공센터(British Library Document Delivery Service, BLDSC)가 되었다. 회원과 비회원으로 구분하여 대출 및 문헌복사서비스를 이용자의 요구에 맞춰 E-mail, 우편, 암호화된 PDF 파일 제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제공한다.

BLDSC는 주제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선별적으로 수집하여 제공한다. 도서 300만 책(매년 4만 5000책 증가), 연속간행물 25만 종(현재 4만 종 수집), 세계에서 개최되는 회의자료 40만 종(현재 만 6000종 수집), 영국과 미국정보기관 및 국제기구에서 발표된 보고서 490만 종, 1970년대 이후 수집한 영국의 박사학위논문과 47만 5000종의 미국 및 캐나다 박사학위논문 등 출판되지 않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학술지 등에 수록되어 이용이 가능해져 이용자들이 신속하게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 자료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 Bibliographic Services

국제적인 표준에 따라 작성된 도서 및 연속간행물의 영국국가서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정보를 출판 16주 이전에 제공한다. 서지정보를 제공하는 영국국가서지 서비스와 영국 및 기타 다른 국가의 서지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을 지원하는 Data Licens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서비스로는 Amazon.co.uk이 영국국가서지의 255만 상세 서지레코드를 Amazon.co.uk에 추가하여 서비스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또한 목록 표준을 개발, 유지, 홍보하고 추진한다.

 

Information & Research Services

자료실 서비스

회원등록을 통하여 자료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도서관 소장자료ㆍ시설ㆍ서비스ㆍ절차 질의 답변 및 정보원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시간은 자료실별로 조금씩 다르며 보통 9시 30분부터 오후 여섯 시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인트 판크라스의 자료실은 기업 및 지적재산센터, 인문과학자료실, 희귀본 및 악본자료실, 과학자료실, 사회과학자료실, 아시아ㆍ아프리카자료실, 지도자료실, 필사본자료실로 구분하여 서비스하며, 보스턴 스파 자료실, 신문도서관 자료실 이용서비스를 제공한다.
 

British Library Direct

세계 최상인 2만 종의 학술저널에 최근 5년간 발표된 논문의 제목을 검색할 수 있는 9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며, 회원등록 없이 신용카드로 비용을 지불하고 두 시간 내에 원문을 제공 받을 수 있다. 특히 의학, 약학, 기술공학, 과학, 환경, 법률과 교육 관련 정보를 중심으로 서비스한다.
 

Document Supply

세계 BLDSC 회원에게 매년 수백만 건의 자료복사, 대출, 논문구입 및 이용자 요구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Electronic Delivery

전자전달서비스시스템의 도입으로 1억 종 이상의 자료를 빠르고 편리하며 안전하게 서비스하고 있다.
 

Family History

BL소장 신문검색서비스, Electoral Register Search Service, India Office Baptism, Marriages, Burials Search Service의 세 가지 서비스를 통하여 가족사 연구를 지원한다.
 

Patents, Trademarks & Design

다른 정보원으로는 이용할 수 없는 BL 소장 특허자료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DSC를 통해 복사서비스도 제공한다.
 

Research Service

이용자의 사업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이용자 맞춤형(예산 및 연구기간) 연구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밖에 필사본, 지도, 악보, 동양 및 인도자료 등 소장자료에 대한 높은 화상도의 재생 서비스를 인쇄, 마이크로필름, 사진, 디지털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는 Images Online과 Imaging Services와 교사 및 개인-self 학습자들에게 정보원 이용 방법 등을 지원하는 Lean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년 약 8000명의 학생을 초청하거나 그들에게 방문하여 워크숍 등을 개최한다.

 

디지털도서관

BL이 생산하는 디지털 자원, 전자출판물의 자발적인 납본 시스템을 운영하여 수집한 디지털자원 및 2003년 전자출판물의 법적 납본의 시행에 대비하여 BL이 소장한 디지털자원의 저장, 영구보존 및 제공을 위하여 디지털자원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2004년 3월 다섯 명의 국제전문가의 검증으로 확정하였다.

최근 주요 디지털화프로젝트는 2003년 시작하여 2004년 완성한 Collect Britain 사업은 영국국립도서관이 가장 큰 규모로 진행하는 디지타이제이션 프로젝트로 300년 이상 동안 런던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 지도, 방언 등을 들을 수 있을 수 있는 음향 자료 등 10만 점을 디지털화하여 제공한다. 이로써 이용자가 주제별 여행, 가상 전시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와 교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사업을 위해 BL 큐레이터와 특정 주제에 대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 일곱 명의 사진작가가 2년간 BL에 마련한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이미지 작업을 하였다.

2006년에 완료될 Archival Sound Recording 사업은 현재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없는 BL 국립음향자료원이 소장한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대학 등을 통하여 제공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British Newspaper 사업을 추진하여 2006년까지 200만 명의 영국 전국 및 지역신문을 디지털화하여 제공할 것이다.

Web Archiving Programme 개발을 위해 BL은 국내 컨소시엄과 국제컨소시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수집 및 보존 기술 개발에 참가하고 있으며 웹크롤러, 이용 툴(tools), 일정시스템 개발을 위한 기술팀의 구성과 웹아카이브 큐레이터를 두어 선정 정책 및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기타 필사본 자료의 디지털 목록규칙 시범사업, Shakespeare in Quarto, Caxton's Chaucer, Gutenberg Bible, Magna Carta, Renaissance Festival Books 등 국보급 자료의 원문을 디지털화하여 서비스하는 Treasure in full 및 인쇄자료를 보는 듯한 느낌의 Turnning the page 등 희귀자료의 웹을 이용한 자료이용 서비스 확대를 계속하고 있다.